​171218 ~ 171219 

10여년 가까이 좋아했던 사람의 죽음과 함께 시작한 여행은 참 힘들었다. 타이밍이 어떻게 참.. 무슨 정신으로 짐을 챙기고 밥을 먹고 집을 나섰는지. 엄마랑 전화하면서 한바탕 울고 아빠한테 괜찮냐고 전화가 와서 또 울고 생각보단 아무렇지 않네 싶었는데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또 내내 울었다. 정신없이 여행 준비를 할 때는 몰랐는데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 땐 그 생각밖에 나질 않으니 너무 힘들었다. 

여섯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일단 터미널 1에 가서 샤워시설부터 찾아서 샤워하고 화장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재촉해서 빠르게 대충 씻고 나왔다. 그러고 나서 라이언에어가 출발하는 터미널 2로 왔는데 진짜로 별 게 없다. 체크인 데스크 근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가 자 보려고 했는데 잠이 안와서 한 한시 반쯤 까지 깨어 있다가 두시간 정도 선잠을 자고 체크인이 시작되는 세시 반쯤 체크인을 하고 바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게이트쪽으로 갔다. 근데 보안검색 할 때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건지 뭔지 한가지 검사를 더 했다. 뭐 마약류 이런것 같았는데 자세한건 모르겠,, 

게이트 쪽에 갔더니 캡슐의자? 같은게 있어서 한시간정도 앉아 있다가 보딩시간쯤 게이트로 가서 줄을 최대한 빨리 서서 빨리 타서 잤다. 비행시간이 세 시간 쯤이었는데 타서 앉자마자 착륙할 때 까지 내내 잤다. 이렇게 잤기 때문에 첫 날 부터 그래도 잘 돌아다녔던 것 같다. 


내가 탔던 리스본행 라이언에어. 다음에 유럽 올 땐 라이언에어를 타지 않으리라,,⭐️ 처음으로 돈 내고 미리 체크인 하지 않고 랜덤 체크인 배정을 받았는데 창가도 아니고 복도도 아니고 중간 좌석을 줬다 ^^..


리스본 공항에 도착해서 짐도 빨리 찾고 나와서 제 정신이 아니라 약간 몽롱한 상태로 지하철 표를 사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왔다. 아니 바이샤 시아두 역에 내려서 밖으로 나와서 10분정도 걸어야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에스컬레이터만 한 네번을 타고 올라왔고 드디어 밖으로 나왔는데 숙소 바로 근처였다. 그래서 리스본을 떠날 때도 그렇게 가려고 했는데 도무지 입구를 못 찾겠어서 결국 돌길로 되어있는 오르막길 내리막길에서 캐리어를 끌고 걸어야 했다. 참 희한한 일이야. 그 곳은 과연 어디었을까.

오전 10시쯤 숙소에 무사히 찾아갔는데 체크인 시간이 두시였나? 그래서 일단은 짐 놔두고 기다리다가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처음으로 마주한 리스본 골목길

나름 트립어드바이저랑 구글맵 후기를 참고해서 찾아간 맛집이었는데 대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후기대로 찾아가는 길이 좀 무서웠다. 그치만 맛있게 잘 먹었다 엄청 오랜만에 먹는 해산물이기도 했고 게살도 나름 많았고 게딱지에 들어있는 게살마요 느낌의 음식도 엄청 맛있었다 ㅠㅠㅠ 아마 혼자 여행중에 제일 크게 소비했던 식사였던 것 같다. 

그리고 도둑시장이라고 불리는 feira da ladra. 원래 이런 시장들 다니면 자세히 보고 뭔가 건질게 없을까 구경하는걸 좋아하는데 이 때는 그럴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이런 분위기구나- 하고 지나감. 

리스본 대성당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예쁜 건물과 벽. 

내 리스본에 대한 첫인상이 '무섭다' 였는데 

1. 점심먹은 곳 찾아가는 길에 험악한 사람도 많고 길이 무서움 

2. 구글맵이 길찾기로 알려주는 골목길들이 무서움 

3. 길 걸어가는데 여자애 둘이 지나가다가 갑자기 한명이 날 놀래키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나머지 한명은 낄낄거리고 웃음 

4. 지쳐서 리스본 대성당 안에 앉아있는데 어떤 남자가 리스본은 처음이냐며 말 걸면서 오늘 같이 다녀도 되냐고 물어봄. 근데 내가 앉아서 쉬다가 또 울컥했을때라 눈에 초점이 없었을 것이고 힘들어 보였는지 그냥 갔다. 

5. 엽서 사고 산타주스타 엘레베이터 타러가는 길에 어떤 남자가 또 내 팔목을 잡으면서 말을 걸으려고 했음

등등 요상하게 이 날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산타루치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원래 산타루치아 전망대는 일정에 없었고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 가는 길에 있길래 잠깐 들른 곳인데 너무 좋았다. 풍경도 예쁘고 버스킹 하던 흑인 아저씨 목소리도 너무 좋고 노래도 잘하고 ㅠㅠㅠ 그래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포르타스 두 솔이 알고보니까 식당 이름이더라. 날씨도 좋고 카페 메뉴도 있길래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서 또 한시간 정도를 앉아있었다. 멍때리기도 하고 생각정리도 하고. 

이건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내려올 땐 트램을 타고 내려왔다. 28번을 타 보고 싶었는데 12번이 먼저 왔길래 탐. 근데 내릴 때 뭘 눌러야 하는지 몰라서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 그치만 덕분에 뱃지 삼. 그 이후로는 뱃지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교훈: 기념품은 보일 때 사야한다 특히 뱃지는! (알면서 파리에선 왜 그랬어,,?)

코메르시우 광장에 설치되어있던 대형 트리. 크리스마스 기간이었어서 그런지 어떤 광장을 가나 트리랑 조명이 설치되어있었는데 밤에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쫄보라 밤에 다니지 못하지만,,

아우구스타 개선문도 한 컷 찍어보고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동상도 한번 찍어보고...

광장 바로 앞에 바닷가도 한번 찍어봤다. 

그리고 올라간 산타주스타 엘레베이터. 원래 계획에선 올라갈 생각이 없었는데 교통권 1일권에 모든 트램 지하철 버스 푸니쿨라 엘레베이터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타 봤다. 근데 줄이 길어서 한 2~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너무 만족했던 사진! 실물보다 사진이 더 예뻐 (?

이렇게 곳곳에 설치된 트리와 조명이 많았다. 의도치 않게 야경을 보게 된 날이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카몽이스 광장에 설치되어 있던 조명들도 한 컷. 

근처 슈퍼마켓에서 물이랑 초코우유 하나 사서 들어가서 저녁먹을 생각도 않고 씻고 자려고 누웠다. 

와 근데 쓰고보니 나 대단하다 그 정신에 많이도 돌아다녔었네



171220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밤이었다. 전 날 자기 전에 어떤 여자가 기관지때문에 힘들어했는데 답답했는지 문을 열어놓고 잤는데 이불도 얇은 담요쪼가리였어서 ^^,, 추워 디지는줄 ^^,,, 인났는데 손발이 다 차갑고 으슬으슬 했다. 

조식 먹고 준비하고 나와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타임아웃 시장에서! 한국사람들은 연어 타르타르랑 뭐 또 대중적인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같았는데 나의 큰 목표는 샹그리아를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샹그리아와 점심을 한 곳에서 사버리려고 상그리아를 파는 곳을 중점적으로 찾았다.

그래서 내가 먹은 곳은 이곳! 문어밥이랑 문어튀김이랑 화이트와인 상그리아를 시켰다. (큰 실수였지만..)

~타임아웃 마켓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근데 진짜 후기대로 실내에 비둘기 몇 마리가 들어와 있어서 별루였다. 

한 15분정도 기다려서 받은 점심. 토마토소스의 문어밥이랑 문어 튀김.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문어튀김은 좀 짭짤했고 문어밥은 그냥 토마토국에 밥 말아서 문어를 넣은 느낌. 화이트와인 상그리아는 노~맛~ 마치 약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_ㅠ 경험상 화이트와인은 다 맛이 없었어서 그냥 나는 화이트와인이 안 맞나보다 했는데 포르투 와인셀러에서 시음한 화이트와인은 맛있었던걸 보면 그건 또 아닌것 같기도 하고.


다 먹고 나와서 또 1일권 교통권을 사서 벨렘지구로 향했다. 

들어가 보려다 말았던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랑

발견자의 기념비! 이 날도 날씨가 참 좋았어서 강가 계단에 앉아서 멍 때리고 왔다. 

그리고 기념탑 앞 바닥에 그려져 있던 지도의 우리나라. 걸어서 세계속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도를 그리고 가서 그 부분이 하얗다고 했는데 진짜로 주변보다 조금 더 깨끗한 색이었다. 비록 내 그림자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그리고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pasteis de belem 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에그타르트 먹기. 입구쪽에 사람이 다 차있어서 앉아서 못 먹고 가려나 했는데 안쪽에 자리가 엄청 많다. 초코 뭐시기 시켜서 같이 먹었는데 단거 + 겁나 단거 먹으니까 텁텁해서 힘들었다 ㅎ,, 에그타르트는 맛있었다. 금방 만들어서 따뜻했고 적당히 달았고 파이지는 엄청 바삭바삭했다. 

다시 버스타고 돌아와서 헤스타우도레스 광장 잠깐 보고 호시우 광장으로 왔다. 광장 잠깐 보고 알칸타라 전망대로 향했는데,, 오르막길이 너무 많아서 진짜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올라가서 또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야한단 말야..? 하고 드디어 도착했는데 내가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올 오르막길을 돌고 돌아서 올라온거 ^^.... 그래서 일단 전망대를 보고 내려갔다가 다시 타고 올라오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

기껏 전망대에 왔는데 공사중이라 이렇게 철장이 쳐져 있어서 아쉬웠다. 

그치만 손 집어넣어서 사진은 몇 장 찍음.

그리고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올라오기 위해서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왔다. 

안녕 푸니쿨라! 별 게 없긴 했다. 그냥.. 원래 돈내고 타려면 3.7유로나 하는데 교통권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경험이니까..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산타루치아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면 예쁠 것 같아서 28번 트램을 (드디어!!!!) 타고 전망대로 갔다. 알칸타라랑 붙어있으니까 알칸타라 먼저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산타루치아를 가기로. 

​​

알칸타라에서 본 일몰이랑 

산타루치아에서 본 일몰. 이 풍경들은 실물이 훨 훨 예쁘다 진짜 ㅠㅠㅠㅠㅠ


숙소에 돌아와서 슬기로운 감빵생활 보면서 라면 끓여먹고 나서 씻고 문단속 확실히 하고 경량패딩도 입고 양말도 신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잤다. 덜 춥긴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추웠다 ;ㅅ; 



171221 

포르투로 가는 날! 아빠랑 통화하면서 조식 먹고 호스텔을 나서는데 리셉션 직원이 폴라로이드로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되겠냐고 해서 ㅇ..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찍었다. 생각보다 못 나오진 않았는데 귀찮아서 앞머리 고데기도 안해서 엉망이었고 배경도 넘나 비상구 표시가 선명한 것..⭐️ 게다가 한국 땅이 작은데다가 이미 왔다간 우리나라 사람들로 인해서 나는 중국에 붙여짐 ^^..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뭐... 날 아는 사람이 여길 가진 않겠지...


나와서 돌길에서 캐리어를 끌고 (진짜 포르투갈 다 좋은데 언덕 많은거 진짜 ㅠㅠㅠㅠㅠ 너무 힘들어 심지어 돌길이야 ㅠㅠㅠㅠㅠㅠㅠ)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 잘 도착해서 기차도 무사히 타고 짐도 무사히 싣고 포르투로 향했다. 근데 자리를 좀 잘못 예매한 것 같은게 정방향이긴 했지만 그 4명이 마주보고 앉는 좌석에 내 자리는 창문이 벽으로 되어있어서 풍경 감상도 못함 😂 그리고 이때의 나는 몰랐지 포르투 여행의 시작이 이렇게 험난할거라곤,, 🌟